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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테크, 주식

사내유보금, 이익잉여금의 의미, 쌓아 놓은 현금인가요?

by 테루일 2022. 8. 4.

 

최근 노동당과 민주노총은 기자회견을 열고 국내 30대 재벌의 사내유보금이 1000조원에 달했다고 발표한 바 있습니다. 기업들이 버는 돈을 유보금으로 쌓아놓고만 있으니 이를 사회적으로 환수하여 최저임금 인상과 복지재원 등으로 사용하자는 의도인데요. 사내유보금, 뭔가 익숙하지 않나요? 사내유보금 이슈는 비단 이번만이 아니라 2010년 대 초부터 지금까지 거의 매년마다 기사화 되어 기업을 압박하는 수단으로 사용되었습니다. 하지만 이는 사내유보금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 한 잘못된 주장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 사내유보금의 의미 ]

 

사내유보금은 애당초 장부 상에 존재하지 않는 단어입니다. 따라서 기업의 재무제표를 들여다봐도 이 지표를 찾아보기가 어려운데요. 사내유보금의 의미는 장부 상의 이익잉여금자본잉여금을 합한 금액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여기서 이익잉여금이란 회사가 벌어들인 이익 중 배당 등을 제하고 축적된 금액이고, 자본잉여금은 영업이익 외 자본거래로 인한 손익금입니다. 자본잉여금은 특수한 경우니 제외하면 사내유보금은 즉 이익잉여금이라 봐도 무방합니다.

 

사내유보금 = 이익잉여금 + (자본잉여금)

 

즉, 사내유보금이란 회사가 창업 후 지금까지 벌어들인 순수익의 누적액인 것입니다. 여기서 많은 분들이 오해하는 부분은 이 순익의 누적값이 현재에도 오로지 현금성 자산으로 남아있을 거라 생각하는 것인데요. 하지만 사내유보금은 순수익의 단순 누적이므로 이를 투자했다고 해서 장부상에서 줄어들지 않습니다. 이는 다시말하면 사내유보금은 현금 일부와 대부분의 공장, 설비, 부동산 등으로 이루어져 있다는 말입니다. 때문에 유보금을 환수하자는 주장은 회사의 제조 설비 등을 강제 매각해서 가져가겠다는 이상한 주장인 것입니다.

 

일상에서의 예시를 들어보면 와 닿을 것 같은데요. A씨는 졸업 후 2010년에 국내 대기업에 입사했습니다. 연봉은 세후 5000만원에 매년 100만원씩 상승. A씨는 매년 3500만원을 저축하고 나머지는 생활비 등으로 사용하기로 했습니다. 이렇게 해서 10년이 지난 2020년 현재, A씨의 유보금은 5000*10 + 상승분4500만원 해서 5억 4500만원이 됩니다. 하지만 이 중 저축액은 3억 5천만원이 되는데 이마저도 작년 주택을 구입하는 데 3억을 사용하여 통장에는 5천만원이 남아있습니다. 유보금 중 현금 비중은 10%도 채 되지 않는 것입니다.

 

이 상황에서 정부는 새로운 복지 정책을 발표하며 고소득자 유보금의 20% 대한 환수 조치를 취하겠다고 결정합니다. A씨는 이 소식을 듣고 망연자실해 합니다. 피땀흘려 10년 동안 번 돈으로 집도 사고 이제서야 제대로 모아보려고 하는데 나라에서 1억원을 내라고 하네요. 당장 낼 돈이 없을 뿐 아니라 주택담보대출 이자를 내려면 돈이 모자라도 한참 모자릅니다. A씨는 한참을 고민하다 결국 힘들게 구한 집을 다시 내놓기로 합니다. 유보금에 대한 현금을 마련하려면 이 방법 밖에 없었기 때문이죠.

 

 

[ 현금성 자산 비중 ]

 

물론 유보금 중 현금성 자산의 비중은 기업별로 다 다릅니다. 최근 대내외 불확실성 속에서 기업들은 현금 비중을 높여가고 있습니다. 하지만 아래표를 보면 국내 대기업들의 현금성 자산 비중이 16% 정도로 많은 수준은 아닙니다. 특히 sk하이닉스는 4.6%로 매우 낮은 현금비중을 가지고 있네요. 이렇게 일정 수준 이상 현금을 보유하는 이유는 우선 국내 대기업 대부분이 제조업이기 때문입니다. 제조업은 특히 규모의 경제를 실현하는 분야인데 번 돈의 대부분을 새로운 설비나 토지, 공장 등에 재투자해야 지속가능한 성장을 이룰 수 있습니다. 따라서 정상적 영업활동을 하는 국내 대기업은 현금 보유량이 꾸준히 증가하는 게 건전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현금성 자산 비중

 

현재 22년 기준 삼성전자가 들고 있는 현금성 자산은 무려 120조원이 넘는다고 합니다. 그렇다면 이게 정말 많은 것일까요? 절대적 양으로는 그럴 수도 있지만 삼성전자 같은 글로벌 제조업 입장에서는 오히려 부족한 금액입니다. 뉴스에 대서특필되는 삼성전자 투자 금액만 해도 수백조원에 달합니다. 또 세계 최대 반도체 공장으로 유명한 평택 공장은 6공장 까지 계획이 되어있다고 하는데요. 한 공장 당 건설 비용이 수십조원은 우습게 투입되고 있습니다. 더군다나 현재 대형 M&A 도 추진하고 있다고 하죠. 최근 국내외 불확실성 아래에서 여러가지를 추진하기에는 오히려 많이 부족해보입니다.

 

하지만 아무래도 국민 정서 상 현금을 쥐고 있으면 안좋게 보는 시선이 있습니다. 유보금이란 단어 자체도 부정적인데 그 중에 현금도 쌓아놓고 있다고 하면 비판이 집중될 수 있습니다. 이런 시선을 의식해서인 지 국내 기업들은 일정 이상으로 과도하게 현금 비중이 높아지는 상황은 경계하는 분위기입니다. 일종의 이미지 관리 차원이라고 볼 수 있겠네요.

 

 

[ 결론 ]

 

정리하자면, 사내유보금이 현금성 자산이라는 말은 잘못된 주장이다, 대부분 이미 투자되어 있는 자산이고 이를 환수한다는 주장은 공장 설비 등의 자산을 팔아 빼앗겠다는 말과 같다, 또한 국내 기업이 보유한 현금성 자산은 많다고 할 수준은 아니다, 대내외 불확실성 속에서 최근 현금 비중을 높여가고 있다. 입니다.

 

매년 대두되고 있는 사내유보금 문제, 잘 모르고 그냥 넘어가기 보단 이번 기회에 확실히 알고 가는게 좋겠습니다. 이 이슈는 선동하기 좋기 때문에 앞으로도 꾸준히 제기될 게 분명합니다. 그럴때마다 잘 모르고 누가 나쁘다해서 누군가를 욕하기보다는 제대로 알고 주도적으로 판단하는 사람이 되어야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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