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만에 주말에 할 게 없었다. 원래 내가 막 활동적인 인간은 아니지만 오늘은 정말 약속도 집안일도 회사일도 없는 1년에 몇 번 없는 날이다. 그렇다고 너무 가만히 있는 건 싫은 사람이라 뭐를 할까 고민했는데, 집 책상 한 켠에 그 동안 읽겠답시고 쌓아놓은 책들이 눈에 띄는 게 아니겠는가. 회사에서 지원금이 나와서 한 달에 한 권씩 사기는 하는데 원체 책을 안 읽다 보니 증식하는 속도가 너무 빠르다. 이제 종이를 좀 씹어 먹을 때가 된 것 같다는 생각에 읽을 책 한 권을 골랐다.
[ 책을 고른 이유와 잡설 ]

내가 고른 책은 노인과 바다, 어니스트 헤밍웨이의 대표작이자 만년의 걸작이라 평가 받는 고전 소설이다. 고른 이유는 이 책이 얇기도 했고, 고전 소설을 내가 좋아하기 때문이다. 예전에 또 다른 고전 명작인 헤르만 헤세의 '데미안'을 읽고 큰 감명을 받은 바 있어, 그 때부터 세계문학전집 같은 고전 소설들을 꾸준히 읽어보려고 노력중이다.
어제는 하루 종일 집에 박혀있었기 때문에 오늘은 집 앞 카페에서 책과 커피를 음미하기로 했다. 사람들도 구경할 겸 말이다. 나는 2층에서 창가와 매장 전체가 보이는 구석진 위치에 자리를 잡고 책을 펼쳐들고 읽기 시작했다. 쓰다보니 사설이 길어졌는데 아래부터 노인과 바다를 읽고 난 뒤 느낀점을 적어보겠다.
[ 노인과 바다 줄거리 - 스포 주의 ]
산티아고는 멕시코 만에서 돛단배로 고기잡이를 하는 노인이다. 그는 오랜 바닷생활로 마르고 야위어서 주변 사람들에게 동정과 비웃음을 당하는 처지였으나 아직 두 눈에는 열의가 가득한 사람이었다. 최근 84일 동안 고기를 한 마리도 잡지 못해 주변 사람들이 그를 운이 다했다 폄하하는 데도 별 대수롭지 않게 여길 만큼 말이다.
85일 째 되는 오늘 그는 여느 날과 같이 바다에 나섰다. 오늘은 뭔가 느낌이 좋았고 마침내 그는 바다 멀리서 자기 돛단배보다 커다란 청새치를 낚시줄에 걸게 되었다. 이 물고기는 노쇠한 그가 감당하기 어려운 활력을 가졌지만 이틀 밤낮으로 사투를 벌여 결국 청새치를 배 한 켠에 메다는 데 성공한다.
이제는 이 물고기를 끌고 집에 돌아가면 그에게 보상이 돌아올 것이었다. 하지만 그는 청새치를 낚기 위해 매우 먼 바다로 나왔고 항구로 돌아가기 위해선 또한 긴 여정이 남았다. 산티아고에게는 불행히도 이 죽은 물고기를 노리는 상어들과 맞닥뜨렸던 것이다. 그는 아프고 지친 몸으로 이 약탈자들과 사투를 벌여 그들에게 벗어나는 데 성공했지만 마을에 도착했을 땐 물고기의 머리와 뼈만 남게 되었다.
그는 그것을 바라보곤 허무함을 느꼈고 곧 지친 몸을 뉘여 잠을 청했다.
[ 책을 다 읽고 난 후기 ]
- 등장 인물
등장 인물의 수는 책 두께 만큼이나 매우 적다. 주인공인 어부 산티아고, 그를 쫒아다니며 수발을 들고 일을 배우는 소년, 그리고 마을 사람들. 이 중에서도 책의 비중은 전적으로 산티아고에게 쏠려있다. 즉 이 책은 어부인 산티아고가 바다에 나가 겪는 여러 일들을 묘사한 게 거의 전부라고 볼 수 있다.
- 책에 대하여 느낀점과 후기
그럼 책이 말하고자 하는 바가 뭘까? 사실 나는 고전 문학에 대해 편견을 가지고 있었다. 많은 은유와 철학적 사고를 바탕으로 내용이 전개 될 것이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처음 이 책을 펼쳐서 읽을 때도 주인공 산티아고의 말과 행동이 어떤 특별한 의미를 지닌다고 생각했다. 아마 바로 전에 읽었던 소설이 헤르만 헤세의 '데미안' 이었기 때문에 그랬던 것 같다.
하지만 책이 중반부에 이르렀을 때 생각을 좀 다르게 하게됐는데, 곧 숨겨진 주제의식이 드러날 거란 내 예상을 깨고 내용은 굉장히 직관적으로 전개되었다. 즉 글의 숨겨진 의도 같은 것은 없었고 산티아고가 망망대해에서 물고기와 벌이는 처절한 사투 자체가 작가 헤밍웨이가 우리에게 들려주고 싶었던 이야기였던 것이다.
외롭고 노쇠했지만 아직 날카로운 정신력을 가진 산티아고의 여정은 인간의 위대한 의지와 정신을 대변했고 이 것은 책을 읽는 내내 직접 나의 뇌리에 박혀들었다. 그만큼 단단하고 직관적인 문장 구성이었다. 이 사실을 깨달은 소설 중반부부터 나는 다른 생각을 일체 접어두고 주인공의 서사에 집중해 읽기 시작했는데, 신기하게도 산티아고에게 감정이입해서 어느 순간 그를 응원하고 집에 무사히 돌아가기를 바라게 되더라.
사실 결과적으로 말하면 그는 고기잡이에 실패했다. 중간에 잡은 고기는 그의 식량으로 사용됐고 사흘 밤낮으로 싸운 물고기는 돌아오는 길에 마주친 상어떼에게 전부 뜯어먹혀 뼈만 남았다. 그것 뿐인가 안그래도 노쇠한 몸에 큰 상처도 생겼다. 산티아고도 허무함을 느꼈다고 묘사되어있고 말이다.
하지만 이 또한 헤밍웨이가 들려주는 인간상의 한 모습이란 생각이든다. 우리는 항상 성공을 바라고 노력하지만 대다수는 성공의 목전 앞에서 놓쳐버리기 일쑤지 않나. 이에 자괴감과 허무함을 느낀다. 하지만 곧 털고 일어나 다음 목표를 향해 나아가는 것이 인간의 일생이고, 책의 마지막에 잠을 자고 일어난 산티아고가 평소와 같이 소년과 대화하며 다음 고기잡이에 대해 말하는 것이 바로 이런 것이라 생각했다.
- 총평
마지막으로 총평이다. 노인과 바다는 어니스트 헤밍웨이가 말년에 집필한 고전 소설이고 그는 이 소설로 노벨문학상과 퓰리처 상을 수상하였다. 이 책은 주인공 산티아고가 바다에 나가 벌이는 사투를 그린 소설로 인간의 의지와 도전을 남성적인 문장으로 잘 표현했다는 생각이든다. 책은 생각보다 짧아서 한 번에 원스톱으로 읽을 수 있기 때문에 주말이나 여유 시간이 된다면 한번 쯤 꼭 읽어보기를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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